은행은 여윳돈을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 예금 형태로 받아, 돈이 필요한 개인이나 기업들에게 대출이라는 형태로 빌려줌으로써 신용창출을 한다. 이러한 거래 과정에서 이윤을 추구하는데 중간에서 메신저 역할을 하면서 큰돈을 버는 셈이다. 그러나 엄청나게 많은 대출을 해 주었다가 돈을 빌려간 개인이나 기업이 돈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BIS비율이란?
예를 들어 1백만 원을 예금으로 받아들인 은행이 2천만 원의 대출을 해주었다고 하자. 이중 몇몇 기업이 사업이 안 돼 대출금 1천만 원을 갚지 못한다면 은행은 설령 나머지 1천만 원을 되돌려 받는다 하더라도 금고에는 돌고 돌아 본래 예금액의 절반인 50만 원만 남게 된다. 은행은 결국 나머지 50만 원을 예금한 개인이나 기업에게 돈과 이자를 돌려주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된다.
모든 은행이 다 이렇지는 않겠지만 혹시 이 같은 사태가 발생한다면 은행과 안심하고 거래를 할 수 없다. 특히 국제적으로 은행과 은행들이 서로 돈을 빌려 주고받을 뿐 아니라 개인과 기업의 다양한 금전거래가 은행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결국 은행의 신뢰도(건전성)를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쉽게 말해 “저 은행은 위험한 대출은 되도록 적게 하고, 믿을 수 있는 대출을 많이 하며 최악의 경우라도 은행의 고유 재산(자기 자본)으로 기업이나 개인에게 예금을 되돌려줄 수 있다.”는 믿음을 뒷받침해 주는 기준이 요구됐던 것이다.
1988년 국제적으로 은행들 사이에 자금 거래를 중계하는 국제결제은행 Bank for Intermational Settlement이 나서 은행감독위원회를 구성해 이러한 은행 건전성의 기준을 제시하였는데 이를 BIS 기준이라고 한다.
이 기준을 만든 위원회를 바젤위원회'라 부르는데 이는 국제결제은행(BIS)이 스위스 바젤이라는 도시에 있기 때문이다. 국제결제 은행이 제시한 기준을 BIS비율 이라고도 하는데 계산식이 매우 복잡하다. 그러나 간단히 요약하면 은행 대출 중 혹시 못 받을 수도 있다고 판단되는 대출 총액(위험가중자산)을 분모로 하고, 은행이 갖고 있는 재산(자기 자본)을 분자로 해서 나눈 비율이다. 이 비율은 계속 변해왔는데 그것은 국제 금융시장의 환경이 변해오면서 기준이 강화돼 온 탓이다. 국제 금융거래를 하려면 모든 금융기관은 이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
그중에서 은행이 가장 엄격한 기준이 요구되는데 BIS비율이 8퍼센트 이상 유지돼야 한다. 만약 이 비율을 지키지 못해 비율이 떨어지면 각 나라의 금융감독당국은 해당 은행에 대해 위험한 대출을 줄이거나, 아니면 자기 자본을 늘리라는 경고(적기시정조치)를 하게 된다. 8퍼센트라는 비율을 맞추기 위해서는 분모(위험가중자산)를 축소하거나 분자(자기 자본)를 확대해야 한다. 금융감독당국이 제시한 일정기간이 지나도 이 비율을 맞추지 못하면 은행은 강제적으로 다른 곳에 매각 또는 합병당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앞서 설명한 대로 돌려받지 못할 대출을 엄청나게 떠안고 계속 은행이 영업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 예금주를 최대한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1992년부터 BIS 기준을 도입했고, 금융감독당국 역시 이를 은행의 건전성을 측정하고 조치를 취하는 데 있어 가장 기초적인 기준으로 삼고 있다. 8퍼센트 이하로 비율이 떨어지면 사전 경고를, 2퍼센트 이하로 하락하면 강제 인수합병 조치를 당한다.
바젤 2로 달라지는 BIS 기준.
지난 1988년 국제적으로 처음 도입되기 시작한 BIS 기준은 급속한 금융시장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반인들로서는 이해하기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파생상품들이 세계 금융시장에서 주력상품으로 거래되면서 은행 등 금융기관의 신뢰도(건전성)를 평가하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제결제은행은 1990년대 들어 심각한 고민 끝에 새로운 BIS 기준을 마련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이를 기존 BIS 기준과 구별하기 위해 바젤 2 라 부르고 기존 BIS 기준을 바젤 1'이라고 지칭한다. 바젤 2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취급하고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금융기관의 조직 역량을 새로운 리스크(Risk ; 대출금이나 투자금을 상환받지 못할 위험)의 하나로 포함시켰다. 지금까지는 대출을 받은 기업의 신용을 철저히 평가하여 리스크에 포함시키지는 않았지만 이제는 이 역시 리스크에 간주해 평가하기로 했다.
이 같이 추가로 측정되는 리스크가 증가하는 만큼 은행은 혹시 대출금이나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할 것에 대비해 준비해 두는 자금(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당초보다 한해 늦은 2009년부터 새로운 BIS 기준인 바젤 2를 도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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