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미 정보부는 매년 거액의 예산을 쏟아 붓지만 타겟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때 마침, 정보수집과 분석에 탁월한 감을 가진 CIA 요원 ‘마야(제시카 차스테인)’가 작전에 투입되고 그녀는 순수한 열정과 원칙에 따라 작전에 임하지만, 매번 어떤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는 상황에 좌절한다. 어느 날, 진전되지 않는 상황 속에 유일한 단서를 발견하게 된 그녀는 동료들과 함께 거래를 시도해보지만 그것은 테러리스트들의 함정. 자폭 테러로 인해 가장 친한 동료마저 잃게 된 마야는 극도의 슬픔에 빠지고 설상가상으로 그녀 역시 테러리스트의 제거 대상 블랙리스트에 올라 암살 공격까지 받게 되는데… 이제 더 이상 ‘임무’가 아닌 ‘집념’이 되어버린 사건 앞에서 마야는 이 지독한 추적 과정을 끝낼 결정적 단서와 함께 마지막 작전을 감행하게 된다. 3월, 사상 최대의 첩보작전을 목격하라!
초반부터 시작되는 내용은 여성'마야' CIA 요원이 빈 라덴 암살작전 '제로니모'에 이르기까지 추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를 떠들썩하게 했던 911테러 사건 이후에 테러조직을 쫓는 그녀의 긴 사투에 과정의 정당성을 입증하려 하기보다 이렇게 취조하고 진행해왔을지 모른다는 내용을 담담하게 그려내서 더 인상 깊었다. (물론 취조 과정에 대한 고문과 관타나모 감옥은 정치적 이슈로 정당한가에 대한 질문을 하게 했다.) 더 이상 빵빵 터트리는 폭죽놀이 같은 전쟁영화보다 목적이 있고 소수로 행동하는 잠입 전투를 그려내는 그 긴장감이 더 좋았다. 다만 초반의 내용은 빈 라덴을 쫓는 사무원으로서의 그녀를 묘사하느라 집중이 덜 되었던 것은 사실이다.
전쟁의 득실
사실 왜 빈 라덴을 잡으려 했을까?를 보면 9.11 테러의 주범으로 미국에 막대한 사상자와 해를 끼쳤기 때문이었다. 이는 미국을 공격하면 가만있지 않겠다. 자국민은 단 1명이라도 보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반대로 우리를 공격하면 적이다. 어떻게 되는지 끝까지 보여주겠다는 것을 나타내준 영화가 아닐까도 싶다.
집념의 승리
영화가 끝나고 나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는지 결과를 알고 보지만 그녀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포기하지 않고 올 수 있었는지 그 집념에 손뼉을 치게 된다. 회사생활에서 억울함에 울분에 굳이 편한 길이 아니라 옳은 길로 가려는 사람들에게 고난이 옴을 그럼에도 우직하게 자신의 길을 가며 맞는다고 이것이 맞는 일이라며 정의롭게 사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빈 라덴을 쫓는 일 이외에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는 '미친'짓으로 간주하는 주변 동료들의 만류에도 시작한 일을 끝내려는 그 과정에 스스로를 돌아보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조용한 전쟁영화다. 예상치 못한 폭발보다 후반부의 제로니모 작전 과정을 보여준 긴장감이 제대로였다. 이 영화를 만든 동력이 무엇일까 생각해봤다. 여성 요원으로서 할 수 있다? 여성 감독이라서? 남성 세계 속에서 여성의 집념과 의지? 그것보다 하나의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사실상 사무직원들의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었다는 사실을 첩보원으로서의 삶은 총과 무력으로만 그려지지는 않음을 보여준 것은 아닐까? 그녀가 흘린 눈물은 직장인으로서의 눈물로 보였다. 조직에 대한 충성을 뛰어넘어 스스로를 버리다시피 몰두 했음에도 돌아오는 길은 외롭고 쓸쓸했기 때문이다.
제로다크서티(Zero dark thirty) 뜻?
특정하지 않은 어둠속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듯 한다. 빈라덴을 잡기 위한 십여년간의 사투 속에서 얻어낸 그녀의 결과물에 대한 비유가 아닐까?
그녀가 왜 그토록 집요하게 오사마 빈 라덴을 추적했을까? 첫째는 CIA요원으로서의 임무와 책임감이 아니었을까 싶다. 두번째는 댄으로부터 테러범들이 어떤 인물들인가를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번째가 가장 중요한 이유인데, 영화에서처럼 그녀가 믿고 의지하는 한 명의 여성지부장이 테러에 희생되었기 때문이다. 무려 12년 동안 같은 임무를 수행하면서 그녀는 그 누구보다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이를 인정한 상관들 나아가 CIA의 국장 그리고 국무장관까지 모두 그녀의 전문성을 높이 산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전문가는 언젠가 꼭 필요하게 마련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조직은 전문가를 원하지 않는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공적과 업적도 없는 마야와 같은 전문가는 용서하지 않는다. 전문가는 외부에서 초빙하면 되므로, 내부에서는 전문가를 키우지 않는다. 대부분의 조직은 그래서 부서순환을 한다. 전문가보다 범용적 조직원을 원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미국 CIA의 경우는 예외적인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니 어쩌면 마야라는 인물을 조직내에서 제외했을지도 모른다. 즉 유령인간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골치아픈 여성 CIA요원이라는 딱지를 붙일 정도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그녀의 전문성은 빛을 발하고 목적을 달성하게 만든 가장 중요한 키 포인트였다. 이런 의미에서 이 영화를 만들었을지도 모르겠다.
젊음을 고스란히 바친 그녀의 삶과 인생. 그녀는 목표 달성후 커다란 수송기에 나홀로 타고 나서 눈물을 흘린다. 무슨 의미였을까? 회한의 눈물이었을까? 복수 성공에 대한 감격의 눈물이었을까? 목표달성 후 허탈감의 눈물이었을까? 모르겠다. 그녀의 눈물의 의미는...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프로이트가 말했죠. 사랑과 일, 일과 사랑 그게 전부다.” 영화 “인턴”리뷰 (0) | 2020.06.09 |
---|---|
가장 어둡고 암울했던 영국의 시간에 국민과 함께 희망의 불빛을 밝힌 윈스턴 처칠 “다키스트 아워” (0) | 2020.06.09 |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 딜런 토머스. 인터스텔라에 나온 바로 그 시 (0) | 2020.06.02 |
sns는 자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영화 “더 써클” 리뷰 (0) | 2020.06.02 |
키워준 사람이 엄마인가, 낳아준 사람이 엄마인가? 나의 마더. I am Mother 영화 리뷰. (1) | 2020.06.0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