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타(penalty stroke)는 규칙을 어겼을 때 부과하는 일종의 벌칙입니다. 골프는 심판이 따라다니는 것이 아니고, 벌타 규정도 복잡하고 애매한 것이 많아 동반자들끼리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래서 벌타 부과의 원칙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합니다.
벌타 부과의 원칙은 의도성 여부입니다. 실수인가 고의인가에 따라 벌타 수가 정해지죠. 쉽게 말하면 플레이어의 미스 샷으로 발생하는 불가항력인 경우에는 1 벌타가 부과되고, 고의적이거나 룰을 모르고 반칙을 했다면 2 벌타를 부과합니다. 예를 들어 OB(out of bound)나 해저드, 언플레이어블(unplayable) 같은 경우는 골퍼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도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경우이니까 1 벌타에 해당되겠죠. 반면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자의든 타의든 룰을 위반한 경우는 2 벌타가 됩니다. 이 점을 항상 염두에 두시면 큰 실수가 없습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은 벌타에 관해서는 미국 PGA 룰보다는 국내 룰이 앞서고, 국내 룰보다는 그 골프장의 로컬 룰(local nule)이 앞선다는 점입니다. 바꿔 말해 벌타나 룰과 관련해 모르는 점이 있다면 캐디에게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PGA 룰이 그런데 이 골프장은 룰이 왜 이래?" 하고 캐디에게 항의하는 골퍼들도 있는데, 그건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자주 마주치는 경우를 예로 들어 벌타 규정을 설명하겠습니다.
OB(out of bound)와 분실구(lost ball)
OB가 나거나 공을 잃어버린 경우는 플레이어의 실수이지, 고의가 아닙니다. 따라서 1 벌타를 부과합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2벌 타라고 하는 걸까요?
OB나 분실구의 경우에는 샷을 했던 원래 자리로 돌아가 다시 샷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2타를 손해 보기 때문에 2벌 타라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사실 OB나 분실구는 1 벌타가 맞습니다. 예를 들어 보죠. 티잉 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로 친 공이 OB가 났습니다. 그럼 원래 자리로 돌아가서 다시 공을 쳐야 합니다.
그럼 ① 처음 친 샷, ② 1 벌타, ③ 두 번째 샷, 이렇게 계산을 하면 총 3번의 샷을 하게 됩니다. 만약 OB 티에서 공을 치게 된다면, 두 번째 샷을 한 것으로 간주해서 다시 한 타를 더해 4타가 됩니다. 그러니까 드라이버 샷이 OB가 났을 때 OB 티에서 샷을 하게 되면 4번째 샷이 되는 겁니다.
해저드에 빠졌을 경우.
워터해저드에 빠지면 빠진 곳 근처의 드롭 존(drop zone)에서 드롭을 하고 3번째 샷을 하면 됩니다. 해저드에 빠지는 것 역시 플레이어의 의지와는 무관한 불가항력에 해당하는 경우니까 1 벌타가 부과됩니다. 이때 처음 샷을 한 곳으로 돌아가 쳐야 하는 OB와는 달리, 해저드에 빠진 경우는 떨어진 곳 근처에서 샷을 하기 때문에 OB보다 1타를 덜 손해 보게 됩니다.
만약 겨울철 골프장에서 워터해저드에 공이 얼어서 공을 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벌타 없이 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워터해저드 언저리에 걸린 공을 물에 들어가서 칠 수 있다면 쳐도 무방하고, 이때 벌타는 없습니다. 단 해저드 내에서 샷을 할 경우 클럽이 모래에 닿으면 벌타가 부과되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볼을 만졌을 경우.
자신도 모르게 공을 만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흔히 터치 볼이라고 하죠. 페어웨이에서 보다 좋은 자리에 공을 놓기 위해 그러는 경우도 있고, 내 공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렇게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무조건 2 벌타를 부과합니다. 골프 경기에서는 그린에서 마크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어떤 경우라도 공을 만져서는 안 됩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실제로 페어웨이에서 공을 만지는 분이 의외로 많습니다. 나중에 한 번 더 설명드리겠지만 벌타도 벌타지만 매너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에 꼭 지켜야 하는 룰입니다.
카트 도로에 볼이 떨어져 있다면
이런 경우 무벌타로 드롭을 할 수 있습니다. 드롭을 할 때는 ① 도로 장애물을 피할 수 있는 방향으로, ② 그린과 가깝지 않은 방향으로, ③ 1 클럽 이내에서 드롭을 하면 됩니다.
곧 볼이 떨어진 곳에서 그린과 평행하게 뒤쪽 방향으로, 가장 긴 클럽인 드라이버의 길이 이내에서 드롭하면 됩니다. 티 샷을 한 공이 카트도로 위로 떨어지는 경우는 자주 생깁니다. 이때 무벌타 드롭이라는 점을 꼭 기억하십시오.
페어웨이에서 나뭇잎을 치웠다면.
자연물이지만 고정되거나 성장하고 있지 않은 것을 루스 임페디먼트(loose impediments)라고 합니다. 나무에서 떨어진 나뭇잎이나 나뭇가지, 돌, 동물의 똥 등이 이에 해당합니다. 이런 경우 무벌타로 제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뭇가지 등을 제거하다 볼이 움직였다면 1 벌타가 부과됩니다. 주의할 점은 벙커 안에 있는 나뭇가지나 나뭇잎은 제거할 수 없습니다.
나뭇가지 때문에 정상적인 샷을 할 수 없다면.
나무에 붙어있는 나뭇가지는 자연 장애물이죠. 만약 나뭇가지가 스윙에 걸린다고 꺾어 버렸다면 당연히 2 벌타가 부과됩니다. 또 연습 스윙을 하다가 나뭇가지가 부러지더라도 의도적으로 스윙 조건을 개선한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에 2 벌타를 부과받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동반자의 동의를 구하고 언플 레이어블을 선언하여 1 벌타를 부과받은 뒤, 공을 드롭하고 다시 쳐야 합니다.
자연 장애물이기 때문에 벌타 없이 드롭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나뭇가지가 나무에서 떨어져 있다면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루스 임페디먼트이기 때문에 제거가 가능합니다.
나무를 받치는 지주 때문에 샷을 할 수 없다면.
그린 주변에서 이런 일이 가끔 있습니다. 공이 그린을 오버해 나무 지주 근처에 떨어져, 스탠스나 스윙이 방해를 받아 정상적인 샷을 할 수 없는 경우입니다. 이런 경우 지주는 인공 장애물로 간주해서 무벌타로 드롭할 수 있습니다. 드롭하는 방법은 홀과 가깝지 않게, 장애물을 피해서, 한 클럽 이내로 하면 됩니다.
왜글을 하다가 공을 떨어뜨렸다면.
왜글(티잉 그라운드에서 스윙을 준비하며 왔다 갔다 클럽을 움직이는 것)을 하다가 그만 공을 건드려 공이 떨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아직 플레이가 시작되지 않은 것으로 간주해 벌타를 부과하지 않습니다. 어떤 분은 공을 쳤으니 1 벌타를 부과해야 한다고 하는 분도 계신데, 플레이가 시작된 이후에나 해당되는 룰입니다.
페어웨이에서 연습 스윙을 하다가 공을 건드렸다면.
이럴 때는 실수로 간주해서 1 벌타를 부과하고, 원래의 자리에 공을 놓고 다시 쳐야 합니다. 만약 잘못 친 공이 나름대로 괜찮은 위치에 있다면 어떻게 하죠? 그럴 때는 그냥 이어서 다음 샷을 하면 되겠지요. 또 하나, 공을 맞히지 못하고 헛스윙이 됐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럴 경우 벌타를 부과하지는 않지만 스윙을 한 것으로 간주해 1타를 계산합니다.
공이 벙커 턱의 모래와 풀 사이에 박혔다면.
이런 경우가 의외로 많은데, 쉽게 공을 쳐내기가 어렵습니다. 따라서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하고 1 벌타를 부과받고 공을 칠 수 있는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단 언플레이어블을 선언할 때는 반드시 동반자의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샌드 벙커에서 클럽이 모래에 닿았다면.
샌드 벙커에서 무심코 클럽이 모래 바닥에 닿게 되는 경우가 생깁니다. 이것은 모래의 성질을 미리 파악하려는 의도로 간주돼 2 벌타가 부과됩니다. 절대로 골프채가 모래에 닿게 해서는 안 됩니다. 반면 골프화를 앞뒤 좌우로 비벼서 자세를 잡는 것은 벌타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모래가 딱딱한지 아니면 고운지는 골프화를 비벼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클럽 개수가 14개를 넘었다면.
홀 당 2 벌타를 부과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단 18홀 전체를 통틀어 4 벌타 이상을 부과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실수로 14개 이상의 클럽을 넣고 플레이를 했다면 1라운드 당 4 벌타가 부과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주말 골퍼의 경우 클럽 숫자를 세는 경우는 없겠지만, 웬만하면 지키는 것이 좋겠죠.
고무래를 치우다가 공이 굴렀다면.
골프장 안에는 샌드 벙커를 정리하는 고무래가 있는데, 이 고무래에 볼이 걸려 있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경우 볼을 치기 위해서는 고무래를 치워야 합니다. 이때 만약 공이 벙커 쪽으로 굴렀다면 벌타 없이 공을 원래의 위치에 놓고 치면 됩니다. 왜냐하면 고무래는 움직일 수 있는 장애물이기 때문입니다. 벙커 안으로 굴러갔다고 해서 벙커에 놓고 쳐야 하는 것이 아닙니다. 간혹 벙커에 놓고 쳐야 한다고 우기는 분들이 있는데, 잘못 알고 계신 겁니다.
다른 사람의 공을 쳤다면.
가끔 이런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2 벌타가 부과됩니다. 고의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의 플레이를 방해한 경우가 되기 때문입니다. 2 벌타를 부과한 뒤 자신의 공으로 다시 쳐야 합니다.
친 공이 카트나 골프백을 맞췄다면.
가끔 잘못 친 공이 도로에 세워져 있는 카트에 맞는 경우가 있죠. 이럴 때는 2 벌타가 부과됩니다. 골프규칙 19조 2항에는 플레이어나 동반자, 캐디, 플레이어의 용품에 의해 볼이 멈추거나 방향이 바뀌면 2 벌타를 받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혹시 공 앞 근처에 카트가 있으면 캐디에게 옮겨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리 측정기를 사용해도 벌타가 부과되지 않아요.
일반적인 경기에서는 경기위원회가 거리 측정기 관한 특별한 룰을 내놓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거리측정기를 사용해도 무방합니다. 단, 거리 측정만 가능하고 바람의 세기나 고저차 등을 측정하는 것은 룰 위반입니다. 따라서 일반 아마추어 골퍼의 경우에도 해당 골프장의 로컬룰이 거리 측정기 사용을 금지하지 않는다면 사용해도 됩니다. 지금까지 골프를 치면서 거리 측정기 사용을 금지하는 골프장은 못 봤습니다.
캐디의 수고를 그만큼 덜어주고 경기 진행을 빨리 할 수 있는데 왜 골프장에서 사용을 금지하겠습니까? 인공 장애물이 비구선에 걸리면 무벌타 드롭이 가능해요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시죠? 이 룰을 알면 의외로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죠. 타이거 우즈가 어떤 대회에서 경기를 하는데 드라이버샷을 한 공이 언덕으로 올라갔습니다. 당연히 세컨드 샷을 하는 데 힘이 들겠죠. 그런데 공 앞쪽에 나무가 한 그루 있고 나무 옆에는 지주목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경기 위원을 불러 “나는 페이드 샷을 치려고 하는데 공이 날아가는 선(비구선)에서 지주목이 걸릴 수 있어요. 무벌타 드롭을 해야 합니다”라고 자문을 구하더군요. 그랬더니 경기위원은 “가능합니다”라고 짧게 답하더군요.
당연히 타이거 우즈는 무벌타 드롭을 했고 더 좋은 위치에서 세컨드샷을 할 수 있었습니다. 아마추어 여러분의 경우에도 공 앞 쪽에 지주와 같은 인공 장애물이 있다면 당연히 무벌타 드롭이 가능합니다. 만약 살짝 비켜 있더라도 훅샷이나 페이드샷을 구사하려고 하는데 지주목이 방해가 된다고 하면 무벌타 드롭이 가능합니다. 룰을 잘 알면 그만큼 이득입니다.
그린에 퍼팅해서 깃발을 맞추면 2 벌타
TV 중계를 보다 보면 선수가 롱 퍼팅을 할 경우, 볼이 홀 가까이에 올 때 캐디가 깃발을 뽑는 것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롱 퍼팅 시 홀이 잘 보이지 않아서 깃발을 꽂아 두지만 볼이 가까이 오면 깃발을 뽑습니다. 왜일까요? 깃대에 맞아 공이 들어가지 않을 것 같아 그럴까요? 아닙니다. 그린에서 퍼팅을 할 경우 깃대를 맞으면 2 벌타가 부과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린 밖에서 칩샷을 해서 깃대를 맞아도 벌타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장마철에 알아두면 편리한 룰.
장마철에 라운딩을 할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아무래도 플레이에 지장을 받기 쉽습니다. 이럴 때 아래의 경우 룰을 적절히 이용하면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먼저 (1) 고인 물(캐주얼 워터)에 볼이 빠지거나 그것이 스탠스에 걸릴 경우 (2) 볼이 페어웨이(혹은 그보다 잔디가 짧은 지역)에 떨어져 박혔을 때 3) 벙커 안에 볼이 떨어진 자리에 물이 고여 있을 경우 모두 무벌타로 드롭하고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또 퍼트라인에 물이 고여 있을 때도 그냥 치면 손해겠죠. 물을 피한 지점에 볼을 옮겨 놓고 칠 수 있습니다. 궁금하시면 캐디에게 물어보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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