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스팩보다 말벅지 또는 꿀벅지가 정력에 더 좋은 이유.
드라마에 우락부락한 식스팩을 다 드러낸 남자 주인공이 운동을 하거나 샤워하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 남자들도 후딱 하면 셔츠를 풀어헤친다. 여자들은 조각 몸매라고 찬양하며 “눈이 호강한다” “계 탔다”며 좋아한다.
헬스장에 가면 주야장천 상체 근육을 만들려는 남자들이 많다. 상체 근육이 남성적이고 외향적인'힘'을 상징한다면, 허벅지는 '지구력과 내공'의 상징이다. 초콜릿 복근의 멋진 몸매만 가진 남성은 오히려 잠자리에서는 별로다. 허벅지 근육은 우리 몸에서 단일 근육으로는 부피가 가장 크다. 가장 많은 당분을 저장해놓고 몸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한다. 그러니까 허벅지가 튼실해야 오래오래 힘을 내서 지치지도 않는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가 바람을 피운 후,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태어난 신이 디오니소스다. 우리가 흔히 바쿠스라고 알고 있는 술의 신, 밤의 신, 축제의 신이다. 제우스의 널찍한 허벅지는 정력의 표현이고 술과 밤과 광란의 축제를 낳는다.
허벅지는 정력의 '바로미터(barometer)
다. 허벅지 근육이 발달하면 주변에 모세혈관이 많이 생겨 혈액 순환이 잘된다. 허벅지 근육은 음경 주변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에 허벅지가 발달하면 음경으로 가는 혈류량이 증가한다. 또 허벅지는 음경에 모아진 혈액을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해서 지구력을 좋게 한다. 도중에 시동이 꺼지지 않는다는 얘기다. 다리로 가는 혈관과 음경으로 가는 혈관은 대동맥의 뿌리가 같다. 그러니까 음낭의 혈액 순환도 덩달아 좋아져 고환에서 남성호르몬 분비가 촉진돼 성욕을 증가시키는 동시에 발기력도 향상한다.
반면 허벅지가 말캉말캉하면 허벅지 부위에 몰려야 할 혈액이 자꾸 상체로 쏠려 고혈압, 뇌졸중, 당뇨병 등의 위험이 높아진다. 허벅지 굵기는 사타구니에 가장 가까운 부분을 쟀을 때 남성은 55㎝ 이상, 여성은 45~49m일 때 좋다. 허벅지 안쪽 근육이 강하지 못한 남성은 자기도 모르게 다리를 벌리게 되는데, 지하철에서의 '쩍벌남은 스스로 '제는 정력이 별로예요'라는 것을 공개하는 것이다.
게다가 노화는 허벅지에서부터 온다. 허벅지 근육은 40세가 넘으면 매년 1%씩 줄어든다. 중년 남성은 어느 날, 탄탄했던 허벅지가 물컹물컹한 채 가늘어지고 푹 꺼진 엉덩이를 지닌 스스로를 발견한다. 근육이 감소하면 포도당 저장 공간이 줄어든다. 떠돌아다니던 포도당은 간에서 합성이 된 다음 모두 피하지방으로 저장된다.
그래서 똥배가 나온다. 발기를 지속하려면 오로지 포도당만 사용해야 하는데, 혈중에는 포도당이 고작 20분 정도 사용할 양만 있다. 다행히 가까이 있는 허벅지 근육이 포도당 창고다. 그러나 허벅지가 황새 다리처럼 가늘면 끌어다 쓸 수 있는 포도당을 저장할 수가 없다. 반면 운동선수처럼 허벅지에 하트 모양 근육을 열심히 키우면 CD 한 장이 다 돌아갈 때까지 격렬한 사랑을 나눌 수 있다.
돈도 많이 못 버는 남자가 아침밥을 꼬박꼬박 먹을 수 있는 비결은 딴딴한 허벅지 덕분 아닐까? 여자도 다를 바 없다. 남자의 로망이 말벅지라면 여자의 로망은 꿀벅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