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고 새로 짓는다,재건축과 재개발의 비밀, 은마아파트'는 왜 재건축이 안 될까?
재개발은 낡은 주택과 함께 주변 정비기반시설까지 함께 재정비하는 사업, 재건축은 기반 시설은 그대로 두고 주택만 재정비하는 사업을 의미해요.과거 부실 및 날림 공사로 인한 짧은 주택 수명, 재건축으로 누릴 수 있는 막대한 수익 등으로 한국에서 재개발과 재건축 사업이 유독 빈번해요.다만 최근엔 공사비 급등에 각종 규제까지 겹치면서 재건축 시장이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와요.
재건축·재개발이란?
재건축과 재개발은 모두 도시정비사업의 일환이에요.지어진 지 오래돼 낡고 허름한 집을 허물고 새로운 집을 짓는 사업이죠. 다만, 재건축과 재개발은 규모나 성격 등에서 차이가 커요.
동네를 새로 만드는 재개발
낡은 주택이나 빌라,상가 등을 헐고 아파트를 짓는 동시에 주차장, 공원, 도로 등 기반시설을 새로 만드는 사업이에요. 오래되고 낡은 주택이 빽빽하게 모여있고, 좁은 골목길이 이어져있는 달동네 같은 곳이 해당하죠. 주택뿐 아니라 인근 시설까지 재정비하는 만큼, 공공성이 강해요.
아파트만 새로 짓는 재건축
반면, 재건축은 주변시설은 그대로 두고 건축물만 새로 짓는 사업을 의미해요. 대개 도로나 공원 등이 제대로 갖춰진 아파트 단지가 대상이죠. 그러다 보니 재개발과 달리 아파트 주민이 합심해 재건축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재건축 할 정도로 낡은 아파트인지 검증을 거치는 안전진단을 통과해야해요.
은마아파트'는 왜 재건축이 안 될까?
1979년 4,400여 가구 규모로 지어진 은마아파트는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로 남아있는데요. 대한민국 1등 학군지라는 대치동에 위치한 데다가 1996년부터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만큼 이제는 재건축에 돌입할 때도 되지 않았냐는 이야기가 들리죠.다만, 재건축을 위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해 매번 고배를 마셔야 했어요.
유독 한국에 재건축·재개발이 많은 이유는?
외국을 보면 도시를 정비하더라도 한국처럼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는 경우는 많지 않아요. 특히 기존건축물을 최대한 보존하는 도시재생에 초점을 맞춘 유럽에서는 한국식 정비사업을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죠. 그렇다면 한국에서 이렇게 과감한 정비사업이 빈번하게 벌어지는 이유는 뭘까요?
뜯어고칠 때가 되어서 과거 70~80년대 급격한 도시화로 주택난이 심각해지는 데다가, 건축법도 미비했기에 아파트를 지을 때 부실공사, 날림공사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요. 우리나라 아파트 교체 수명은 27년 정도로 실제로 영국의 128년이나 미국의 72년에 비해 매우 짧아요. 1990년대에만 350만 호의 아파트가 지어졌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앞으로 수없이 많은 재건축 매물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죠.
결국, 돈이 되니까: 물론 모두 그렇지는 않지만, 재건축은 해당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다 줘요. 재개발을 통해 세대 수를 늘리고, 이렇게 늘어난 집을 일반 분양을 통해 사람들에게 팔 수 있기 때문이에요.
세대를 늘릴 수 있는 비결, 용적률
용적률이란, 동일한 넓이의 땅에 건물을 얼마나 높이 지을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지표예요. ‘전체 대지면적’에서 지상층의 면적을 합한 '연면적'이 차지하는 비율로 계산해요.
대지면적이 200㎡인 곳에 바닥 면적이 100㎡인 4층 건물을 올리면?→100㎡*4층400㎡이니 용적률은 200% 재건축 시 적용되는 용적률은 시기마다 다르지만, 대개 300~400% 정도인데요. 과거에 지어져 용적률이 100%가 안 되는 저층 아파트들 허물고 재건축한다고 하면, 기존의 3~4배 넘는 층수의 고층 아파트로 재탄생 하는 거죠.
최근엔 분위기가 좀 달다지다.
치솟는 공사비, 감당 안 돼. 그런데 황금알을 낳는 오리였던 재건축의 인기가 최근 들어 급속히 꺼져가요.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동성 증가와 환율 급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원자재 비용 인상, 인거비 증가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공사비가 대폭 올랐기 때문인데요. 치솟는 공사비에 가구별로 부담해야 하는 재건축 분담금이 폭등하면서 사업 자체가 좌초되는 경우도 많아졌죠.
재초환, 초과이익을 가져간다?
재건축으로 얻은 이익을 환수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역시 큰 부담이에요. 재건축 이후 집을 팔지 않아도 얻은이익이 8천만 원을 넘으면 개발 이익의 최대 50%를 세금으로 환수하는데요. 이에 강남이나 용산 등에선 수억 원짜리 통지서가 날아들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죠. 공사비 급등에 고금리로 인한 자금 조달 문제까지 겹친 상황에서 재초환은 재건축 시장에 악재를 더해요.
8.8 대책, 재건축 살릴까?
이에 정부는 규제 완화를 통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겠다며 지난 8.8일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어요. 재건축, 재개발 촉진법을 특례법으로 제정하고 정비사업의 최대 용적률을 상향하는 내용을 담았는데요.최근, 규제가 풀리는 데다가 서울 집값까지 꾸준히 우상 향하면서 재건축, 재개발 시장에도 훈풍이 부는 분위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