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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 현금을 쟁여두는 사람들의 심리.

by dramagods99 2020.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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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 지폐를 잔뜩 쟁여놓는 행위는 비합리적이라고 평가 받곤 합니다. 은행에 예치해두면 도난의 위험도 줄고, 이자도 받을 수 있으니까요. 실물 금(금괴)을 사두는 것도 금 ETF 등에 비해 세금과 수수료 면에서 불리하긴 마찬가집니다. 하지만 실물 현금이나 금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새로운 사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경제를 변화시킨 여러가지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사람들이 현금을 보유하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창궐 이후에 미국과 유럽의 주요국들의 화폐발행 잔액이 평소의 2~3배로 늘어났습니다.

얼마나 늘었을까: 미국, 중국, 호주 등 주요국들의 화폐발행잔액의 증가율은 평상시의 2.4배~3배에 달했습니다. (화폐발행잔액은 경제규모가 커지면서 당연히 조금씩 늘어나는데 그 늘어나는 정도가 올해 훨씬 컸다는 의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은 평소에는 시중에 돌아다니는 화폐(현금)의 양이 매년 약 5% 정도 늘어나는 수준이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14~15%가량 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시중에 풀려 돌아다니는 5만원권의 수량이 코로나19 발발 이후로 늘어났습니다. 5만원권 지폐가 시장에서 머물면서 한국은행으로 잘 들어오지 않는 것입니다. 올해 3월부터 8월 사이에 한국은행에서 나간 5만원권 대비 되돌아온 5만원권의 비율을 나타내는 환수율은 20%에 그쳤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60%였습니다.


이렇게 국민들의 현금보유량이 늘어나는 것은 위기의 전형적인 현상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미국의 현금 발행잔액은 전년 대비 11%가량 늘어난 바 있습니다. 사람들이 비상시를 대비해서 현금을 찾아놓는 일이 늘어난다는 뜻입니다.

굳이 현금을 보유하려는 이유는: 사람들은 왜 현금을 많이 보유하려고 했을까요. 코로나 19로 인해 은행 가는 길이 봉쇄될 경우를 대비하려는 수요, 그리고 은행들도 고객들의 현금 인출 요구에 대비하려는 수요가 있었을 것입니다. 평소에는 고객들의 현금 인출 수요가 많으면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현금을 보내달라고 해서 대응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이런 배송이 지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도 해석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볼 문제는 가짜 돈과 진짜 돈의 구별입니다. 통장에 늘 돈이 들어 있어서 언제든지 현금으로 찾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위기가 닥치면 실제로 현금으로 찾아놓은 돈 이외에 나머지 계좌에 들어있는 돈은 돈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합니다. 그런 점에서 현금으로 찾아놓은 돈은 진짜 돈이고(그걸로 뭐든 할 수 있으니) 계좌에 있는 돈은 가짜 돈입니다(위기가 닥쳐서 신용카드망 등이 마비되면 아무 소용없는 돈이 됩니다).

사람들은 평소에는 이 두 가지를 구별하지 않지만 위기가 오면 뚜렷하게 구별하고 진짜 돈의 수요를 늘린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위기 땐 금/원자재도 실물만 팔린다: 이런 현상은 금이나 원자재 투자에서도 비슷하게 적용됩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석유 자원의 확보를 위해 중동이나 남미, 러시아의 유전에 투자해서 지분을 확보했다고 가정해보죠.
이런 유전에서 뽑아내는 석유는 평소에는 우리나라로 굳이 갖고 들어올 필요가 없습니다. 현지에서 뽑아내는 원유는 돈을 받고 팔고 그 돈을 배당 받으면 그만입니다. 석유는 평소에 사오던 중동에서 사오면 됩니다. 그런데 만약 전쟁이나 지정학적 위기 등 우리가 경계하던 상황이 실제로 닥치면 역시 이 유전의 지분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 유전에서 뽑아낸 석유를 실제로 우리나라로 갖고 오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유전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이 석유라는 원자재에 투자해서 투자수익을 거두는 목적이라면 지분 투자로도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유사시에 대비해서 실물 석유를 확보하려는 목적이라면 실물 석유 이외의 모든 석유 관련 자산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금에 투자하는 경우에도 이런 구분은 존재합니다. 우리는 실물 금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고(금괴, 금반지 등), 종이 금(금 ETF, 금 통장, 금 선물, 금광업체 주식)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평소에는 둘 다 금값이 오를 때 함께 오르고 그런 이유로 굳이 실물에 투자하는 게 오히려 비용을 늘리는 어리석은 투자로 인식되지만 금에 투자하는 목적이 유사시의 비상금으로 쓰이는 금의 성격에 대한 투자라면 실물 금이 아닌 종이 금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금값이 매우 폭등할 경우는 실제로 전쟁이 발발한 경우 같은 긴박한 상황일 텐데요. 그런 상황에 실물 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그건 시장에서 높은 가격에 거래할 수 있지만 금 ETF 등 종이 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전쟁이 발발한 날 아침부터 금 ETF 시장은 거래가 정지되고 자금 인출이 금지될 수도 있습니다.(전쟁 상황이니까요) 정작 가치가 많이 올라야 하는 시점에 거래도 중지되고 인출도 중단될 수 있는 투자 대상이라면 한 번쯤 고민해볼 필요도 있겠습니다.

비싼 돈 내고 실물 금을 사는 이유: 금에 투자하는 것이 인플레 헤지 등의 목적이라면 금에 간접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좋지만 그게 비상시 또는 유사시에 현금의 기능을 대신하는 대체자산이라면 실물 금만이 그 기능을 할 수 있습니다. 실물 금으로 투자할 때 생기는 부가세나 수수료 등 각종 비용은 실물 금이 가지는 추가적인 기능을 구입하기 위해 치르는 비용일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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