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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밑바닥 인생의 악다구니로 가득한 영화. 영화 ‘황해’

by dramagods99 2020. 9.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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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 인생의 악다구니로 가득한 영화. 영화 ‘황해’

줄거리
중국 연변에 사는 조선족 구남(하정우)은 밑바닥 인생을 살고 있다. 택시기사를 해 번 돈은 도박판에서 모두 날리고 그에게 남은 건 빚더미뿐이다. 아내는 빚을 갚기 위해 한국으로 돈 벌러 떠난지 오래다. 구남은 아내의 소식이 궁금하지만 장인어른도 그녀의 소식을 모른다. 절박한 시기 그에게 손을 뻗은 사람은 "개장수"라 불리는 살인청부업자 면정학(김윤석)이다. 면정학은 구남에게 "사람 하나 죽이고 오라"는 청탁을 하고, 그는 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죽이기 위해 밀항선에 몸을 싣는다.

영화 <황해>는 구남을 중심으로 사건이 진행되는 영화다. 주인공 구남의 삶은 뜻대로 되지 않는다. 구남의 삶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김승현(곽도원) 살인과 연관된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 휩쓸리게 된다. 그는 삐뚤어진 자신의 삶을 바로잡으려 처절하게 몸부림치나 소용이 없다. 영화 중반부 구남은 사건의 흐름을 잠시 주도하는 듯하지만 그의 역할은 거기까지일 뿐이다.

하드보일드 또는 극단적 생략의 방식
영화 <황해>의 특징은 몰입감 있는 서사 흐름과 비정미, 그리고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 있다. 우선 영화 <황해>는 다소 난해한 작품이다. 나홍진은 하드보일드 스타일의 감독이다. 2008년 장편 데뷔작 <추격자> 이후로 지금까지 <황해>와 2016년 <곡성>까지 세 편의 작품 모두에서 그는 서사 구조를 단순하게 생략하는 방식을 선보인다. 나홍진 영화의 특징은 부연 설명은 줄이고 사건의 흐름에 집중하도록 하는 연출 방식이다. 그런 덕분에 전반적인 영화 흐름 역시 상당히 힘 있고 몰입감 있게 흘러간다.

이런 그의 특징은 <황해> 감독판에서 더 잘 드러난다. <황해> 감독판은 오리지널판보다 17분을 줄여 흐름 면에서는 더 간결하고 속도감있게 흘러가지만, 내용 면에서는 더욱 불친절하다. 나홍진은 이에 대해 "은유적이다", "열린 결말"이라고 하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사건의 맥락을 정확히 판단할 장면이 없다 보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김승현의 친구이자 버스 회사 사장이 김태원(조성하)은 왜 친구의 살해를 사주했는지, 구남의 아내는 어떻게 된 것인지, 김태원과 김승현의 관계, 김태원과 면정학의 관계 등에 대해 구체적 설명이 없다. 혹자는 이를 두고 해석의 다양성을 열어준 것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에게는 난해하다거나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또한 그의 작품은 대부분 사실적이고 잔혹한 표현과 액션이 담겨 있다. 어떤 장면에서는 굳이 이렇게까지 잔인한 장면을 넣을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물론 이런 수위 높은 표현 방식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관객의 시선을 잡아두는 효과도 있다. 특히 영화 <황해>에서 면정학의 도끼 신은 잔혹 액션의 끝을 보여준다. 영화에서 배우들은 몸 사리지 않는 열연으로 극에 재미와 긴박감을 더한다.

2010년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평가받다
2010년 개봉한 영화 <황해>는 그해 수많은 평론가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64회 칸영화제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을 필두로 수많은 영화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후보로 올랐으며, 44회 시체스영화제에서 최우수감독상을 받기도 했다. 특히 구남 역의 하정우는 백상예술대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으며 '연기파 배우'로서 입지를 쌓는 계기를 마련한다.

<추격자>부터 <황해>, 그리고 최근 <곡성>에 이르기까지 나홍진의 세계는 비정하고 희망이 없으며, 파멸과 허무주의로 가득차 있다. 공권력은 무능하고 주인공의 주변인들은 모두 타락해있다. 그의 작품에 있어 죽음과 살인은 필요불가결한 일이며 아무리 막으려 해도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현상에 불과하다.


나홍진의 작품 속에서는 수많은 인물이 희생양이 되며, 때때로 주인공 역시 비극적 결말을 맞는다. 나홍진은 작품이란 거대한 비극사 속에 다양한 군상을 밀어넣고 절대적 존재처럼 이들을 장기 말처럼 쥐고 흔든다. 관객은 이 판을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다. 감독의 메시지부터가 뚜렷하지 않으므로 뭘 얻겠다는 심사가 오판이다. 나홍진은 "사소하고 천박한 이유로 무시무시한 사건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살려고 발악했던 사람들이 다시 삶에 대한 집착을 버리는 이야기"를 영화에서 그리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 <황해>에서 삶은 아수라장 그 자체다. 그 아수라장에 구원이나 희망은 없으나 매혹적이다. 매혹적이지만 허무함에 영화를 다시금 곱씹게 된다. 곱씹을 수록 인생의 쓴맛만 상기돼 입맛을 다시게 된다. 그게 나홍진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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